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지난번 마에다 신조 사진 갤러리 기사에서 같이 말하고 싶었던 한국 사진작가 김영갑 사진가.
제주도 여행에서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사진 갤러리
크지 않은 초등학교 분교를 개조해서 건물은 귀엽고 운동장을 새롭게 꾸민 정원은 정겹다. 제주 매력에 빠져 아예 제주에서 살며 사진 찍기로 결심한 김영갑 사진가가 만든 사진 갤러리이다. 남다른 그의 열정은 많은 사진을 남겼고 루게릭에 걸려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사진가이다. 그의 열정과 사랑 덕인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갈 때마다 몇 분의 관광객이 있다.
처음 갔을 때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진집을 샀다.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개인이 운영하는 장소는 늘 어려워한다. 나도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미술관이 오래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약간의 사치를 부린다. 주로 화집을 사는데 가끔 볼 때마다 작품을 봤던 순간이 떠오르고 기분 좋아진다.
김영갑 사진가의 책에 ‘이어도’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 가면 행복할 것이라 믿는 곳이다. 우리가 사는 곳이 천국이 되면 좋겠지만, 많은 이들이 내가 있는 곳을 행복한 곳으로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먼 곳에서 이상향을 찾는다. 김영갑 작가는 제주에서 이어도를 찾았을까. 다시 사진첩을 보며 질문한다.
2025년, 2005년에 돌아가신 김영갑 작가의 20주기이다. 작년에 운영이 어려워서 휴관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다행히 2025년 지금 운영 중이다. 그리고 20주기를 맞아 이런저런 행사를 했다는 공지글도 읽었다.
김영갑 사진가가 찍은 제주도 사진은 바람이 느껴진다. 제주는 바람길이라 부른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로 바람의 어마어마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제주도에서 바람이 멎는 날이 거의 없다. 가끔은 부드럽게 불지만 대체로 강하다. 비 오는 날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로 바람은 거칠게 분다.
김영갑 선생님의 작품은 사진이지만 움직임이 느껴진다. 바람 소리가 들리기까지 한다. 작품을 보면서 제주에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 봐도 좋다. 물론 짧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힘든 일정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나 남다른 여행지를 가보고 싶다면 그의 사진을 찬찬히 보면서 나만의 여행지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김영갑 선생님은 정말 제주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다.
사진을 보고 나오면 김영갑 선생님이 만든 재밌는 정원이 있다. 돌하르방도 있고 아기자기한 작품들, 나무와 꽃들도 있다. 건물 바로 앞은 어릴 때 다니던 초등학교가 생각나는 길쭉한 모양이다. 돌담을 미로처럼 쌓은 정원은 걷기 좋고 사진찍기 좋다.
김영갑 갤러리는 제주 동쪽 성산읍에 위치한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유명한 동네이다. 두 관광지만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여유가 된다면 들려도 될 거리에 있다. 그리고 제주의 모든 곳을 갈 수 없다면 갤러리에서 제주 풍경을 사진으로 보고 갈 수도 있다.
제주도는 넓다. 대중교통 체제를 중간에 한 번 바꾸면서 시외버스와 시내버스가 통합되었다. 그래서 버스 노선만 잘 이해하면 생각보다 다닐만하다. 하지만 시골로 들어갈수록 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진다. 두모악 갤러리도 시골 분교를 개조했으니 살짝 숨어 있는 장소이다. 그래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버스정류장이 있고 바로 내려준다.
삼달리 안쪽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잘 없지만 삼달 교차로 정류장이 위치한 큰길까지는 201번이 그래도 자주 다닌다. 제주터미널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해안을 한 바퀴 돌아 서귀포시까지 가는 긴 노선버스이다. 삼달 교차로에서 두모악 가는 길은 기분 좋은 시골길이다. 아주 안전한 보행자 길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구경하며 천천히 걷기 나쁘지 않다. 제주 살 때 나는 자신을 ‘리단위 여행자’라 불렀다. 버스도 잘 다니지 않은 깊숙한 시골인 ~리를 일부러 가서 다음 버스 시간까지 쉬엄쉬엄 한 바퀴 걸어 다녔다. 올레길을 목표로 간 적도 있고 그냥 동네 한 바퀴를 걸으며 간접 시골살이를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제주 일년살이 때 차 없이 살았던 경험으로 익힌 제주 버스에 대해 한 번 써볼 까 한다. 오늘은 제주 살 때 좋아서 찍었던 파도 영상 보며 눈 쉼을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