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림산방 정원(이 사진은 기자가 직접 찍은 것으로 허락 없이 무단 사용 및 배포를 금합니다.)
한반도의 남단, 진도 산자락에 있는 남종화 미술관 겸 정원, 운림산방. 다리가 생겼지만 진도는 일단 남쪽 끝에 있는 머나먼 섬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으면,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이 있는 섬이다. 육지에서 진도로 들어오는 곳에 있는 물이 돌며 소리를 낸다고 하여 울돌목이라 이름 붙인 지역이 있다. 한자로 명량이라 부른다.
그 섬 안에 조용히 한국 남종화를 만들어 낸 소치 허련이 살던 곳이 있다. 남종화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래도 허련은 한국다운 남종화를 그렸고 그 전통이 대를 이었다고 한다.
집은 중간에 팔렸다가 후손이 다시 사들여 복원했고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나에게 이런 아름다운 건물과 작품을 볼 수 있게 해 준 분에게 감사하다. 우리나라에는 소중한 한옥들이 보존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후손이나 정말 관심을 많이 가진 분이 노력하지 않으면 소중한 문화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를 여행 다니면서 많이 봐서 그런지, 그런 힘든 일을 해 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인상파를 시작으로 서양화가 좋아서 예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서양화를 좋아하고 보러 다니다가 너무 우리 그림에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그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또 조선 시대 그림은 중국 영향을 받은 그림이 많았다.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를 이루기까지 상상 속 중국 풍경이 사대부라 불리던 식자층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겸재 정선은 우리나라 산하, 진짜 경치를 그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런 아름다움은 한민족이 잘 알고 지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세계의 아름다움은 그 지역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름다움은 비교보다 감상이 중요하다.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셨던 소치 허련은 세 번이나 제주도 유배 중인 스승을 찾아갔다. 지금도 제주도를 배로 타고 간다면 꽤 거리가 있고 변수가 많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 스승을 뵈러 세 번이나 건너가다니 의리 있는 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림산방은 전시된 그림도 아름답지만, 건물과 정원 자체도 아름답다. 운림산방(雲林山房) 한자를 살펴보면, ‘구름 운’ ‘수풀 림’ 구름이 숲처럼 무성하고, ‘뫼 산’ ‘집 방’ 산속에 집 또는 방. 구름이 자욱한 곳에 집이 하나 있는 느낌의 건물 이름이다. 선조들이 건물 이름 지은 것 중 ‘소쇄원’처럼 운치 있는 것들이 많다.
한국 정원을 잘 모르지만, 일본 정원과 비교해서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일본 정원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원래 자연을 살려 흐르듯이 만든다고 한다.
운림산방 정원은 넓은 뜰이다. 그 뜰에 자연석이지만 독특한 모양을 지닌 돌들이 놓여 있다. 그 돌들을 추상화 작품이라 생각하고 나름 이름 붙이고, 모양을 지인과 논하는데 재밌었다. 혹 운림산방에 가면 돌들을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연못을 앞에 둔 한옥 건물 한 채가 인상 깊다. 한옥 건물 앞에 작은 석탑이 아담한 게 아름답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웅장하기보다 아담하다. 주로 단층이 많고 2층 이상의 건물이 많이 없다. 개인적으로 자연에 들어앉은 느낌을 주는 전통 한옥이 많다. 자연을 정복하고 누르기보다 자연의 지형을 살려 옴폭 들어간 곳에 살포기 건물을 얹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다. 마을 밖에서 집이 잘 안 보이는 곳에 있다. 운림산방에 놓인 건물들을 찾아가는 길도 직선이 아니다.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갈 수 있다. 여기저기 예쁜 나무와 꽃들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식물은 파초이다. 조선 시대 그림에 파초가 꽤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실물 파초를 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운림산방에는 여기저기 파초가 많다.
꼭 그림을 좋아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정원을 보고 싶다면 좋은 장소이다. 천천히 노닐 듯 걸으면서 아름다운 수묵화 한 점을 찾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