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보이는 반구대 암각화 -허예주 기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읽으면서, 기록 이전 역사 발전이 신기했다. 아프리카에 시작된 인류의 조상은 유라시아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뉴기니를 거쳐 태평양 섬들 그리고 호주까지 이동했다. 같은 조상에서 갈라졌지만, 문명 발전 속도도 달랐고 외모도 달라졌다.
유라시아 발전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빨랐던 이후는 가로막는 산과 같은 지형적 방해가 적었고 위도가 같았기에 기후대가 그렇게 다르지 않아서 적응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각화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이 움직였던 길 위 모든 장소에 있다. 아프리카 유럽 중앙아시아 가까이는 몽골 인도 중국까지 다 존재한다.
한반도는 처음에는 얕았던 서해로 들어와 잠시 머물다 떠났다. 그리고 빙하기가 심해지면서 넘기 힘든 산을 넘어 한반도 남부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대곡박물관을 보고 천전리 가는 길, 대곡천을 건너는데 꽤 깊은 산골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이 깊은 산속까지 왔을까? 물을 따라서 왔을까?
초기 토기들은 끝이 뾰족하다. 그 이유가 초기 정착민들이 살던 장소가 흙이 무른 곳이었다고 한다. 끝이 뾰족한 토기를 힘 안 들이고 꽂을 수 있을 만큼 땅이 물렀다고 한다. 그런 땅은 주로 물 근처에 많았고, 많은 노동을 들이지 않고도 곡식을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물이 가까운 이곳에 정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전리 암각화는 특이한 게 바위 위쪽이 살짝 앞으로 기울어서 자연 빗물막이 같다. 그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암각화 형태가 온전히 보존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선사 시대 그림뿐 아니라 신라 시대 새긴 것들도 섞여 있다. 친절하게 안내판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설명하지만,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천전리는 반구대와 달리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구대는 건너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멀리서 아련하게 볼 수 밖에 없다.
대신 울산암각화박물관에 모형이 있다. 천전리와 반구대 모두 모형이 있고 어떤 그림이 있는지 설명을 자세히 하고 있다.
천전리와 달리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암각화박물관에 차를 대고 좀 걸어야 한다. 걸어가는 길에 포은 정몽주와 관련된 장소가 있다. 언양에 유배 왔던 정몽주를 기리는 반구서원이다. 길은 좁은데 주차를 한 차들 때문에 걸을 때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차가 다닐 수 없는 길로 들어서면 한적한 숲길이다.
공룡 발자국도 있고 강과 습지도 있고 자연 생태적으로도 볼거리가 많은 길이다. 의자 인심도 후해서 쉬어갈 곳도 많다. 그래도 여름 한낮에는 피해서 걷기를 권한다. 마실 물은 꼭 챙겨가야 한다. 봄에 갔을 때도 햇볕이 따갑고 덥게 느껴졌다.
열심히 걸어서 도착했는데, 반구대는 저 멀리 건너편에 있다. 좀 아쉽지만, 이유가 다 있을 거라고 하며 주변 한 바퀴 구경하고 돌아온다.
울산암각화박물관 건물은 재밌다. 멀리서 보면 고래 형상이다. 안도 고래 뼈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고래 사랑 울산이다. 암각화에도 고래가 새겨져 있다. 고래에 염원을 담은 건지 승리를 기린 건지는 모르지만, 고래 사랑이 느껴진다.
대곡박물관과 울산암각화박물관 모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 대곡박물관에는 겸재 정선의 소중한 그림 한 점이 전시 중이다. 2025년 10월 12일까지 전시 예정이다. 반구서원 근처에 가면 건너편에 보이는 바위를 그린 그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