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는 떠났어도 사람들은 기억한다

쿠바 거리에서 만나는 체 게바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체 게바라 

 

쿠바 아바나 시내에도, 지방 도시에도 볼 수 있는 벽화가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가 ‘¡Hasta la victoria siempre!’ 적힌 체 게바라(Che Guevara) 벽화일 것이다.

 

 ¡Hasta la victoria siempre! 는 스페인어로 ‘승리여 영원하여라!’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쿠바 혁명을 성공시키고 피델 카스트로는 그에게 자리를 하나 주었다. 그러나 체 게바라는 편안한 자리를 버리고 또 다른 혁명을 돕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다. 

 개인적으로 나는 체 게바라를 순수한 이타주의자로 생각한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가 잘 살도록 목숨을 건 혁명에 참여했다. 멕시코 혁명에 참여하다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 혁명에 참여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혁명, 마지막에 볼리비아 혁명을 돕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어느 혁명이고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없다. 그저 민중들의 처참한 삶이 나아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뿐인 것 같다.

 그래서 체 게바라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인간을 보면 묻고 싶어진다. 네가 입고 있는 옷의 그 사람을 얼마만큼 아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체 게바라처럼 순수한 이타주의가 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에서 순수한 이타주의자는 체 게바라 아니면 예수 정도일 것이다. 

 

 내가 그리는 예수의 모습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예수의 생애’에 나오는 인간의 육체를 가진 예수의 모습이다. 엔도 슈사쿠는 모태 천주교 신앙으로 태어난 작가이다. 그가 그리는 예수의 모습 덕에 비종교인인 내가 예수를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예수도 로마 강점기 유대인 사회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평생 자신을 바쳤다. 꼭 자기 민족이 아니라도 누구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 무조건적 사랑을 베풀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정도로 베풀었기에 지금도 대단한 인물로 회자하는 것일 것이다. 

 체 게바라는 조금은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다. 당시 의대를 다닐 정도니 괜찮은 가정이었을 거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 ‘If’를 암송할 정도로 문학도 좋아했다. 

 대학 시절 친구와 떠난 남미 일주 여행이 그의 일생을 바꾸었다. 이 과정은 체 게바라의 책 ‘모터사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에 잘 나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여행 중 남미 사람들의 비참한 사람에 놀랐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의대를 포기하고 혁명가가 되었다. 

 남미 여행을 다니면 빈부격차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류사에 빈부격차가 없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남미는 빈부격차가 상당히 심하다. 부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부자가 많고 가난한 이들은 기본 생활 안정도 힘들 만큼 가난하다. 특히 남미는 오랜 서구 열강 식민지 후 원래 살던 인디오들의 삶이 비참했다. 식민지 동안도 힘들었지만, 각각의 나라로 독립 후에도 쉽지 않은 삶이다. 국가가 만들어진 것도 인디오의 의견이 반영되기보다 서구 열강의 편의에 따라 나누어진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보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조금 마음 아파할 뿐이다. 하지만 순수한 이타주의자 체 게바라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도우려 했다. 자기가 배운 의술을 펼칠 뿐 아니라 전투에도 참여했다. 

 볼리비아 해방을 돕다 잡혀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화가 난다. 자신들을 위해 싸운 체 게바라를 적에게 넘기다니, 그럴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체 게바라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라도 살다가 가끔 순수한 이타주의자를 만난다. 직장 다닐 때도 본 적이 있고 주변에 아는 분 중에도 있다. 직장 생활에서 기관장이 자기 마음대로 무언가를 하려 한다. 그게 다수에게 피해가 오고 옳지 않다고 느낀 순수한 이타주의자 분이 기관장과 맞선다. 분명히 나중에 업무 평가에서나 업무 배정에서 괴롭힘을 당할 게 뻔히 보인다. 그러나 그냥 그분은 계산 없이 그렇게 자기 소신대로 한다. 

 

 그분 덕에 이상한 사업을 안 하게 된 다수는 고마워하지 않는다. 기관장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회의가 길어진다고 불평하는 인간도 있다. 더 웃긴 것은 나중에 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그분이 가만히 있었더니 그걸 또 불만을 표한다. 왜 이번에는 도와주지 않느냐고 징징거린다.

 

 나 같이 평범한 인간은 도와줘도 불만이 있고 안 도와줘도 불만이 있는 인간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는지 생각한다. 하지만 순수한 이타주의자들은 그냥 옳다고 생각하면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타주의가 많은 세상까지는 아니라도 제대로 된 개인주의가 많은 세상에라도 살면 좋겠다. 이타주의로 사는 것은 나도 힘들고 개인적으로 주변에 이타주의가 많다면 왜인지 그것도 힘들 것 같다. 

 

 한국은 서구의 좋은 개념들이 변질되어서 넘어온다. 개인주의도 나쁜 의미가 아니다. 제대로 된 개인주의는 나의 사적 영역이 소중한 만큼 남의 사적 영역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와 너’가 있다. 그래서 옳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 연대할 수 있다. 연대가 끝나면 개인의 영역으로 돌아가지만 필요할 때는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개인주의자들이다.

 순수한 이타주의자나 이타주의자들이 좋은 일을 하면 고마워하는 정도로 살고 싶다. 나 자신은 이타주의로 살기에는 너무 계산적인 것 같다. 그래서 순수한 이타주의자들을 존경한다.

 

작성 2025.07.23 09:25 수정 2025.08.0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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