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까지 아름다운 박물관, 게티 센터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많은 한국인이 여행 가는 장소 중 하나이다. 로스앤젤레스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대도시 중 하나답게 많은 문화 시설을 가지고 있다. 영화 관련 장소는 말할 것도 없고 디즈니 콘서트홀(Disney Concert Hall)과 같은 공연장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보러 다니니 미술관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많은 미술관이 있지만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게티 센터(Getty Center)이다. 박물관 대신 센터라는 이름을 가진 데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우리나라 영어 사대주의자들이 동사무소 대신 센터라는 이름을 붙인 게 마음에 안 든다. 동사무소 이름이 나는 더 와닿는다.
‘Center’ 중심이라는 뜻에서 나아가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까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에서 영어를 공공기관 이름에 붙여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이름을 짓는 사람들은 어느 나이 이상 영어를 배우지 못한 세대에게 또 다른 문맹의 시대인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그냥 영어를 사용하고 싶으면 영어권에 살던가 이런 정책 맡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말을 최소한 지켜나가는 게 세금 받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의무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티 센터는 장 폴 게티(Jean Paul Getty)라는 사업가가 모은 예술품을 바탕으로 만든 박물관이다. 장 폴 게티는 석유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고 당시 사업가들처럼 예술품을 모았다. 자신이 살던 말리부 집에 예술품을 전시했다가 후에 로스앤젤레스에 게티 센터를 만들어서 수집품들을 다시 정리했다.
현재 미술관은 게티 재단에서 운영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 어마어마한 전시들이 무료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무료이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최근까지 문화를 망라한 수집품이다.
관람객 입장료는 무료지만 무료가 가능한 것은 누군가의 기부 덕분이다. 장 폴 게티 재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티 재단을 수많은 이들의 기부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자본주의 사회지만 부자들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자기가 부자가 된 것은 사회 덕분이니 내가 사회에 베푸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같다.
흔히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불어로 표현되는 문화이다. 우리나라도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 중 이런 분들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경주 최부자댁의 명맥을 이어온 최준이라 분이 있다. 이름을 모를 수 있지만 이분은 그 어마한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마지막 최부자’로 불렸다. 그가 기부한 돈은 안희제의 ‘백산상회’로 흘러가 많은 독립운동가를 도왔다. 또 이항복의 후손 이회영 6형제가 있다. 이회영 일가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게티의 삶이나 수집 과정에서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료이기에 나는 감사할 뿐이다. 미국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부흥기 미국 부자들이 수집하는 과정에서 문화재 불법 반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있다. 혼란의 시기 고대 문명 발상지가 많은 그리스와 중동 지방의 많은 문화재가 도굴되거나 잘못된 경로로 팔린 것 같다.
아래 주차장에서 박물관까지 운영하는 노면전차(tram)도 무료이다. 언덕 위 넓은 대지에 있는 박물관은 주차장부터 꽤 걸어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노면전차가 상당히 고맙다. 버스 정류장도 주차장 근처에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갈만하다.
나는 당시 고대 문명에는 그다지 관심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인상파 화가 위주 작품을 먼저 보러 갔다. 게티 빌라는 상당히 넓고 소장품이 많다. 여기까지 왔는데 본전 생각으로 다 보겠다면 힘들어서 다음 일정을 소화 못 할 것이다.
전시품이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다. 시대별로 볼 수도 있고 나처럼 관심 있는 것처럼 볼 수도 있다. 또 특별 전시는 그 기간에만 볼 수 있으니 흥미롭다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런 좋은 박물관이 근처에 있으면 시간이 날 때마다 놀러 갈 것 같다. 가서 전시관 하나만 열심히 보고 다음에 또 다른 전시관 보러 가며 즐겁게 다닐 것 같다. 한국에서 무료 박물관 중 가장 괜찮은 곳이 국립중앙박물관일 것이다. 지방에 사는 이로 서울에 가면 꼭 들리고 오고 싶은 박물관이다.
자주 가지 못해도 욕심부리지 않고 보고 싶은 것 위주로 보고 오는 박물관이다. 누구인지 몰라도 이렇게 제대로 된 박물관을 만들다니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혼란의 시기에 문화재를 지키고 박물관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과 혜곡 최순우 선생님이 이야기도 언젠가 기회 되면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