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구에서 반기는 추억의 단골 손님 -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직장 다닐 때 일이 힘들 때 나에게 줄 수 있는 최대 보상은 여행이었다. 체계 없는 조직에서 3인분 몫을 떠맡았을 때 나는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성탄절부터 새해까지 무리하게 날짜를 잡아 일주일간 낭만적인 빈으로 떠나기로 했다.
비엔나소시지 때문에 비엔나(Vienna)가 나는 더 익숙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인들은 빈으로 부른다. ‘비엔나’는 영어식 표기이다. 영어는 고유명사라도 자기 방식대로 읽는다. 이걸 예전 번역자들이나 학자들이 원래 언어가 아닌 영어로 번역된 책을 가져다 번역하면서 원어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제멋대로 가져다 써버렸다. 그래서 같은 인물이나 지명을 가리키는데 다르게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원어 발음에 충실하게 표기해야 한다고 우리나라 한자식으로 읽던 중국이나 일본 고유명사를 다 바꾸어 버렸다. 풍신수길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모택동도 마오쩌둥으로 다 바꿨다. 그런데 이렇게 바꾸는 게 원어에 가깝게 표기하는지는 몰라도 원어 발음과는 다르다. 왜 굳이 바꿨는지 나는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빈을 일주일간 머물면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미술관 순례, 그리고 유명한 카페 방문하기, 빈에 살던 유명인 흔적 찾기 등 시간이 모자랐다. 그러나 겨울이라 기상 악화로 비행기는 연착되고 나의 일정은 더 짧아졌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고 싶은 것을 다 보려 했다.
빈은 커피의 도시이다. 오스트리아와 오트만 제국 전쟁 중 빈은 포위당했다. 오트만제국은 잠시 빈을 점령했으나 급하게 퇴각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마시던 커피콩을 남기고 떠났고 그것이 유럽인들이 커피를 마시게 된 시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빈을 돌아다니면 터키식 빨간 모자를 쓴 사람 얼굴 간판이 있는 커피집을 보게 될 것이다. 줄리어스 마이널(Julius Meinl) 커피집은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빈에는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한 커피집이 많다. 그중 하나가 카페 센트럴(Café Central)이다. 말 그대로 구도심 중심에 자리 잡은 100년 넘은 가게이다.
빈의 구도심은 고풍스럽고 끝없이 사진을 찍고 싶다. 노면전차를 내려 커피집을 걸어가는 길도 그랬다. 겨울이고 폭설 후라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구도심은 더 낭만적이었다. 푸른 잔디 위에 하얀 눈이 덮여 있는 묘한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오래된 건물에 살짝 덮인 눈도 다 아름다웠다.
유럽의 대부분 역사적 도시가 그렇듯이 빈도 이 아름다움을 지키는 위원회가 있다. 엄격하기 이를 데 없는 위원회에 건물을 수리하거나 다시 장식하고 싶으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자신들의 미적 기준을 허락하는 범위에서만 바꾸는 것을 허락한다. 그래서 빈이든 유럽의 역사적 도시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유럽은 구도심은 고풍스러운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불편함을 감수한다. 노면전차는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필요 없는 교통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객에게는 과거의 추억과 함께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는 대상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아름다움은 자연스럽다.
커피가 맛있기도 하지만 이 가게를 방문한 유명인 덕에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카페를 들어서는 순간 어떤 아저씨가 ‘자네 왔나?’라는 분위기로 반긴다. 진짜 사람인가 싶은 순간이 지나고 조각상인 걸 알아도 조금 놀랍다. 페터 알텐베르크(Peter Altenberg)라는 독일 작가이자 시인이다. 카페에서 주로 글을 쓰고 카페 문학이라는 말의 시조가 된 분이란다.
카페 센트럴에 자주 다닌 유명인들을 보면 의사이자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등이 있고 빈학파가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역사적 인물이 있다.
그런 인물들을 몰라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추운 날씨에 얼린 몸을 녹이는 것도 좋다. 멜랑슈(Melange)와 같은 빈만의 몇 가지 커피 메뉴가 있다. 커피 마시는 방식과 선호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또 같이 먹는 후식에 따라서도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식 커피에 익숙한 사람은 조금 낯선 맛있을 수도 있다.
커피를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었으나 제한된 일정에 빠르게 나와야 할 때는 아쉬웠다. 언젠가 여유롭게 책과 필기구를 들고 다시 가고 싶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도 조금 더 천천히 보고 넓은 카페를 다른 손님에게 방해 안 될 만큼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