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트모던 앞에 나부끼는 백남준 전시 깃발 -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영국 여행 중에 발견한 백남준,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백남준 전시를 한다고 깃발이 나부낀다.
테이트 모던은 원래 발전소였고 1947년부터 1963년까지 운영하다 81년 폐쇄했다. 그리고 2000년 내부 수리를 거쳐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발전소로 지어진 건물이나 들어가는 순간 거대한 공간이 열려 있고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걸 들을 수 있다. 미술관을 잘 아는 사람은 내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전시 관람이 시작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테이트 모던은 갈 때마다 확장되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인기가 많은 전시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백남준을 만나다니 반가웠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한국인 예술가 중 거의 시작이 백남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본다.
백남준을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어린 시절 대전 엑스포에서 본 텔레비전 화면이 잔뜩 있는 작품이었다. 어린 나이에 인상이 얼마나 강했는지 작품 이름까지는 기억 못 해도 백남준 이름 세 글자는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예술에 관심을 가진 후 찾아보니 ‘거북선’이라는 작품이다. 백남준이 예술 소재로 쓰는 텔레비전은 현대 서구 문화 산물일 수 있다. 하지만 백남준 작품 속에는 한국이 있다. 거북선, TV로 보는 달토끼, 부처, 엄마 등에는 한국 옛 문화가 있다. 현대 한국 세대에게는 너무 과거 유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느 시대까지는 우리의 문화였던 것이 있다. 그래서 난 백남준을 한국 예술가로 보고 싶다.
어느 시대까지 우리 문화였다고 말하는 이유는 독재 정권 때 미신 타파로 우리 전통문화까지 휩쓸려 사라졌기 때문이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미신 타파를 빌미로 많은 우리 문화유산이 사라졌다. 일제강점기에도 민중의 사랑을 받았던 판소리나 탈춤 구전 민요 등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거나 유물이 되어버렸다.
백남준은 일제강점기 친일파 부유한 집안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시라카와 라큐쇼로 개명하고 조선총독부로부터 포상을 받을 만큼 일제강점기 많은 기부를 했다. 비행기까지 기부할 정도니 얼마나 부유했는지 얼마나 일제에 부역했는지 알 수 있다.
백남준은 어릴 때부터 유복했기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한국전쟁 때 일본에 정착하고 예술의 세계로 들어간다. 해방 후 친일파 재산을 환수하지 않았기에 그는 편하게 일본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다.
그의 작품은 충격을 주는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른 기사에서 언급했지만 마르셀 뒤샹 이후 많은 예술가가 미적인 것보다 새로운 것이나 충격을 주는 것에 더 집중했고 백남준도 그러했다. 그러다가 비디오 예술을 알게 되고 비디오 예술을 누구보다도 앞서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술가가 된다. 그래서 많은 서구 현대 미술관에서 백남준 전시를 하는 것 같다.
그와 같이 작품 활동한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나 셜롯 무어만(Charlotte Moorman)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요제프 보이스는 독일인으로 백남준 비디오에 춤추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샬롯 무어만은 미국인으로 첼로를 켜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샬럿 무어만과 공연은 외설적이라 비판을 받았고 논란의 소지가 컸다.
예술가나 연예인 등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어떤 면에서 시끄러운 게 무반응보다 좋을 수 있다. 그런 게 불편한 사람은 그런 예술 행위나 하는 사람이 싫을 수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의 예술 추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일 수 있다. 다수에게 인정받기보다 진정 나를 이해하는 예술 감상가나 지인이 있길 바라는 조선 시대 화가들의 글이 상당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림을 이해하는 이는 인정의 대가로 화가가 그린 그림에 감상평이나 어울리는 글을 남겨 작품을 공유했다.
그런 면에서 백남준은 한국 전통 예술가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이 전통 한국 소재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좋다. 여행 중 외국인들과 한국 예술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그나마 많이 알려진 예술가이고 한국 문화에 관해 설명할 소재가 되어서 좋다. 그러나 백남준 개인의 삶이나 기행 등은 개인적으로 예술가라서 그렇다고 보기에 조금 선을 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