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 400주년 벽화, 제임스 코크란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여행을 어느 정도 다니면서 여행은 크게 점으로 다닐 수도, 선으로 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유명한 관광지만 콕콕 찍어 보는 점으로 다니는 여행지 사이를 이어서 선으로 다니는 방법이 있다.
테이트모던을 나와 뱅크사이드(Bankside)라 불리는 지역을 걸어서 버러 마켓(Borough Market)까지 걷기로 했다. 강을 따라 걸으면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 있는 곳이다. 늘 극장에서 연극 한 편 보고 싶은 생각은 하지만, 부지런하지 못해서 표 예약을 여행 일정에 맞추지 못해서 늘 생각에서 그친다.
처음 여행을 다닐 때는 뭔가 일정을 빡빡하게 만들어서 할 일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임무를 수행하듯 여행했다. 그러다가 점점 느슨해져서 갈 곳과 할 일 목록은 끝도 없는데 몇 개 못하고 여행을 마치는 일이 많아졌다.
테이트모던을 나와 시장 구경이나 가야지 하는데 재밌는 벽화가 눈앞에 나타났다. 해골을 들고 있는 셰익스피어 그림이다. 조금이라도 셰익스피어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눈치채겠지만 햄릿을 표현한 그림 같았다.
그림을 그린 이는 제임스 코크란(James Cochran)이라는 예술가이다. 자기 그림에는 대개 Jimmy C‘로 서명한다. 인물 주변 광선이 제임스 코크란만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호주 출신이고 영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로 호주 영국 등 세계 곳곳에 그의 작품이 있다.
여행을 마치고 작가에 대해 찾아보면서 다음에 여행을 가면 보고 싶은 작품이 몇 개 생겼다. 브릭스톤(Brixton)에 있는 데이비드 보위 벽화나 러시아에 있는 비틀스 벽화를 보고 싶다. 선으로 천천히 여행 다니면 이런 발견도 하게 된다. 남미 미국 유럽 벽화는 개성 있다. 어떤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또 그런 느낌의 작품을 만나고 나중에 찾아보면 같은 작가가 그린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새로운 예술가를 알게 된다.
지미 씨는 인스타그램에 벽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셰익스피어 40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 그려진 벽화로, 원래 셰익스피어 생가가 있었던 곳 가까이에 그렸다. 중간에 조금 손상되면서 그림 자체를 약간 수정했다. 그 수정 과정에서 원래 없던 해골과 깃펜을 추가했다. 해골은 글로브 극장에서 빌린 것을 모델 삼아 그렸다고 한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p/B1ZB4QSnc8-/?img_index=4 제임스 코크란 작가 인스타그램, 번역 및 요약 정리 – 허예주 기자
해골은 16세기에서 17세기 정물화에서 바니타스(Vanitas)라 불리는 인생의 무상함을 상징하는 소재로 많이 쓰였다. 햄릿도 무덤 파는 이에게서 해골이 어릿광대(jester)의 해골이란 이야기를 듣고 무상함에 대해 독백한다. 살아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웃겼지만 이제 생동감 없는 아무것도 아닌 해골을 보며 대사를 읊조린다.
또한 바니타스는 한 때 유행했던 말,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을 가진 ’Memento Mori‘와 연결된다. 흑사병 그리고 30년 전쟁으로 유럽 인구는 줄었고 가까운 이를 잃은 경우도 흔했다. 이 말은 어떤 이는 ’네가 언젠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로 해석하기도 하고 ‘평생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재밌는 분을 만났다. 가족과 나들이 나온 나이 지긋한 노신사였는데, 내가 관광객인 게 티가 났는지 말을 거셨다. 말을 거신 이유는 역사적 장소를 설명하고 싶어서였다. 가끔 내가 천천히 걸으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면 이런 분들을 가끔 만난다.
’윈체스터 궁(Winchester Palace)‘라는 유적인데, 윈체스터 주교라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살았던 장소다. 앞에 푯말을 혼자 읽으며 구경하는데 공손하게 말을 거신다. 자기 동네 유적지에 자부심이 있고 설명을 해 주고 싶었나 보다.
가끔 그런 분을 보면 나는 내 동네에 얼마나 자부심이 있는지 묻게 된다. 관광객이 나에게 우리 동네에 대해 뭔가 물어본다면 나는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본다. 그러면 더 알아야 할 게 많아지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