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한 잔 마시며 쉬고 싶게 만드는 조각상 - 약산 소식지 허예주 기자
걷다가 보니 스피탈필즈 마켓(Spitalfields Market)이었다. 런던을 대표하는 350년 이상 된 역사 깊은 시장 중 하나이다. 오래되긴 했지만 현대적인 건물과 공존하는 시장이다.
스피탈필즈 마켓 입구 재밌는 조각상이 하나 있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자 개와 여자 토끼 조각상이다. 영국에서 음료로 예전에는 홍차가 우세했지만, 어느 순간 커피도 우세해진 것 같다.
남자 개와 여자 토끼를 주제로 조각상 작업을 질(Gille)과 마크(Marc) 슈트너(Schattner)는 영국과 호주 출신 예술가이다. 개와 토끼 외에도 다른 동물도 작업하지만 주로 개와 토끼가 등장하는 공공예술 작품이 많다.
유럽이나 미국 여행 중 재미있는 공공예술 작품을 많이 만난다. 관심 가서 나중에 찾아보면 여기저기 그들의 작품이 있고 그들만의 개성이 있다. 또한 동네 이야기를 담은 의미 있는 작품도 많다.
질은 어린 시절 잠비아에서 자랐고 그녀를 둘러싼 야생 생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코끼리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야생 동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마크는 20대 시절 탄자니아를 여행하며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질과 마크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자신을 환경 전사(eco-warriors)로 부를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많다. 서구인들을 보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고, 유명인 중에 자신이 가진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대사처럼 돈을 받고 활동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일에 참여하고, 취지를 알리기 위해 본인의 유명세를 이용한다. 또 직접 단체를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기도 한다.
질과 마크도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작품 제작을 통해 알리는 일도 하고, 수익금 일부는 동물 보호를 위한 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그들의 작품 이름 중 마지막을 뜻하는 ‘last’가 많다. 마지막 남은 동물들을 알리기 위해 쓴 이름일 것이다.
산업화 이후 인간들은 자연과 공존하기보다 정복하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서구인들은 이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문제를 보며 조금은 생각을 다르게 하는 이가 생겼다.
많은 이가 있지만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있다. 해양 생물학자로 늘 바다를 관찰하고 그녀를 둘러싼 자연을 관찰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부로 쓰는 화학 물질이 다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보며 관찰하고 책을 썼다. ‘침묵의 봄’은 1962년도에 나온 책이지만, 아직도 우리는 화학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느슨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2020년에는 1950년에서 60년대 일본 미나마타시에서 집단 발병한 일명 ‘미나마타병’을 다룬 영화 ‘미나마타’가 개봉했다. 화학공장에서 나온 메틸 수은으로 인근 주민들 몸에 수은이 축적되었다. 이 축적된 수은으로 다양한 증상이 발병했다. 이 병을 세계에 알린 것은 미국 종군 기자 출신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이다.
질과 마크는 홍콩에서 만나 싱가포르 뉴욕을 거쳐 현재 호주에 거주한다. 호주 시드니에 폐 장난감 공장을 개조한 자신들의 전시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공공예술 작품은 가까이는 중국 베이징과 인도네시아 발리 싱가포르에 있다.
우리나라도 ‘1퍼센트 법’이라고 해서 공공예술을 활성화하는 법이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9조로 건축비의 1퍼센트 이하를 회화 조각 등 미술작품을 사는데 건축주가 설치하는 법이다. 그래서 새 건물을 지으면 앞에 조각상 같은 것이 설치되고는 한다.
꽤 많은 이런 공공 작품을 봤지만 기억에 남는 건 몇 안 된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서 작가까지 찾아본 경우도 적다. 정말 많이 봤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적다. 어떤 경우는 철거하고 나무나 심지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냥 좋은 작품이라 주변과 어울릴 작품을 고를 자신이 없으면 나무나 더 심었으면 좋겠다. 공원 인심이 박한 동네에서 살아서 그런지 뉴욕의 자그마한 모퉁이 공원인 ‘Square’라 불리는 것보다 작아도 좋으니 여기저기 조그만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