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의 옥스퍼드 대로에 세워진 과거의 터너 그림 -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유럽은 계획도시가 많아서 주요 도로가 있고 광장이 있는 형태로 발전한다. 옥스퍼드의 주요 대로(The High Street)를 그림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의 그림이 거리에 걸려 있다.
참고로, 도시의 중심 도로를 미국식 영어로는 ‘main street’, 영국식 영어로는 ‘high street’라고 한다. 그리고 보통 도시에는 중요한 대로가 하나밖에 없기에 ‘The High Street’가 된다.
아직도 생각나는 게 대학원 때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 견학 갔을 때, 도시를 안내하던 나이 지긋한 분이 있었다. 영국인 자부심이 넘치는 할머니였는데, ‘high street’ 설명하시면서 영국식 영어가 더 정통이란 이야기를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재밌었다.
영국식 영어가 더 전통적인 영어에 가까울지는 몰라도, 현대 세계에서 미국식 영어가 대세인 것 같다. 우리나라만 해도 조선 말기 처음 외국어 교육이 도입되었을 때는 영국식 영어였다. 하지만 현대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영어교육이 미국식 영어를 기준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미국식 영어가 우리나라처럼 표준말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가장 일반적인 것을 기준으로 해서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발음을 비롯한 쓸데없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터너는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산업 혁명이 발달하고 영국의 풍경이 변화하는 시절, 아련한 느낌의 장면을 잘 담았다. 터너는 증기선이나 증기기차가 내뿜는 연기 속 뿌연 풍경을 잘 포착했고 잘 묘사했다.
그리고 그의 많은 그림은 그 뿌연 풍경 속에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노예선(Slave Ship)이 있다. ‘노예선’이라는 작품은 ‘Slavers Throwing Overboard the Dead and Dying, Typhoon Coming On’이라는 부제도 있다. 태풍이 다가오며 바다고 버려지는 죽은 이와 죽어가는 노예들, 인간의 잔인성을 묘사한 작품이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인간을 바다에 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발 그림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은 만약 터너의 그림을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이 그림을 고르겠다고 말했던 그림이다.
터너는 이 그림을 그리며 시도 남겼다.
Fallacious Hope by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Aloft all hands, strike the top-masts and belay;
Yon angry setting sun and fierce-edged clouds
Declare the Typhon's coming.
Before it sweeps your decks, throw overboard
The dead and dying – ne'er heed their chains
Hope, Hope, fallacious Hope!
Where is thy market now?
출처: The Life of J.M.W. Turner
그릇된 희망
모든 손을 들어 올려, 중간 돛대를 치고 감아
저기 화난 지는 태양과 날카로운 가장자리 구름이
튀폰(폭풍우)이 오는 것을 알린다.
그것이 갑판을 쓸기 전에, 배 밖으로 던져라
죽은 이와 죽어 가는 이를, 그들의 사슬에 전혀 신경 쓰지 마라
희망, 희망, 그릇된 희망!
이제 너의 시장이 어디 있느냐?
-번역: 약산 소식지 허예주 기자
터너라는 화가는 실력 자체도 뛰어났지만, 주변과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바다도 열심히 바라보고 풍경도 열심히 관찰하고 그런 노력의 결과가 작품에 남아 있는 것일 것이다. 예술가들을 알아갈수록 그들의 날카로운 세상을 보는 시선에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터너는 이곳 외에도 옥스퍼드 풍경을 담은 그림을 남겼고 12개 터너와 관련된 장소가 있다. 그림 속 장소가 현대에 얼마나 변했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1810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1809년부터 그렸다. 그리고 그림은 제임스 와이어트(James Wyatt)라는 건축가의 의뢰를 받아 그렸고, 그의 조언이 많이 참고된 그림이다. 제임스 와이어트는 신고전주의 건축가로 옥스퍼드에도 그가 도안한 건축이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트 처치(Christ Church)나 래드클리프 천문대(Radcliffe Observatory)가 있다.
옥스퍼드는 대학 자체로 유명한 곳이지만 미술관도 많고 걸어 다니기 좋다. 대학을 둘러싼 녹지대도 좋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중심가를 걸어 다녀도 좋다. 캐슬 밀 스트림(Castle Mill Stream)이라는 작은 천을 따라 산책길도 잘 조성되어 있다. 가끔 햇살 좋은 날 걷고 싶을 때 생각나는 도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