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한 런던 한복판 다리 위에 한옥이 걸리다,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시장 구경하고 숙소 가는 길에 뭔가를 발견하고 놀랐다. 다리 한가운데 박힌 한옥,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보자마자 서도호구나 하고 생각했다.
광주 비엔날레를 갔을 때 한옥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보고 기억했던 예술가 이름이다. 도심에서 한옥은 이제 드물어졌다. 서울의 일부 지역은 남아있지만, 지방에서는 아파트가 들어서며 주택도 드물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울의 북촌 한옥 동네는 일제강점기 일제의 침탈에 맞선 정세권 선생님이라는 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언젠가 이 분에 대해서도 한 번 기사를 써 보려 한다.
서도호는 유명한 수묵화가 서세욱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영향력을 벗어나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외국에서 생활한 기간이 긴 것 같다. 그래도 그는 어릴 때 자신이 살던 한옥을 재현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세욱 선생님은 대학 시절 살던 성북동의 소나무가 좋았고, 후에 창덕궁 연경당을 참고해서 만든 무송재(撫松齋)를 짓는다.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집이라는 말처럼 소나무와 잘 어울러진 한옥이라고 한다.
런던 복잡한 동네 한가운데 저 한옥도 그의 어린 시절 한옥을 재현한 것이다. 런던 조각 축제 작품 중 하나로 설치되었다. 그만큼 서도호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예술가이다.
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일단 위치부터 흥미롭다. 런던에서 가장 중심 지역인 ‘리버풀 길(Liverpool Street)’에 있고 근처가 금융 중심가이다. 진짜 런던 도시 한복판에 외계 물질인 한국집이 사람들이 건너다니는 육교 위에 있다.
재밌는 해석 중 하나가 저런 작은 집 하나도 런던 직장인들이 살 수 있는지였다. 런던은 집세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위에 몇 년 동안 쭉 있는 도시이다. 런던 여행할 때 저렴한 숙소 찾기가 힘든 것이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비싸다 보니 호스텔이나 에어비앤비를 열심히 알아봐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
그런데 런던만 그런지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웬만큼 대도시에서 직장인이 집 하나 장만하기가 쉽지는 않다. 서울이 너무 비싸 지방에 서울 사람들이 집을 사고 구하면서 지방도 꽤 비싸졌다. 물론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출퇴근을 생각하면 너무 교통이 불편하거나 중심을 벗어난 곳에 사는 선택이 쉽지는 않다.
이렇게 작품 하나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어쩌면 작가는 전혀 다른 의도로 작품을 설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전시한 후 해석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책이 출판된 후 읽고 이해하는 것이 독자의 몫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작가는 낯선 이국땅에 자기 고향을 놔뒀을 수도 있다. 어릴 때 살던 집을 외국 도시 중심가에 놓고 내가 이곳을 정복했다고 부모님에게 자랑스럽게 보이는 작품일 수도 있다. 작가 허락 없이 마음대로 상상이지만 그렇게 작품과 친해져 간다.
서도호 작가 광주 비엔날레 작품 중 ‘틈새호텔’이란 게 있다. 이동이 가능한 숙박 시설을 만들어서 실제로 시민들이 숙박했던 작품이다. 어느 틈새에나 들어갈 수 있게 크지 않게 만들었다. 고정된 호텔이 아니라 광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게 의도한 호텔이다. 호텔은 크기만 작을 뿐이지 내부는 상당히 고급 호텔 수준과 다를 바 없이 꾸며졌다.
기회 되면 한번 체험하고 싶은 호텔이다. 우리나라 관광 수준이 높아지면 호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1인이 머물 수 있는 호텔이 많이 늘어나서 좋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나름 유명한 관광지인데 마땅한 숙박 시설이 없어서 예약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많다. 그게 국내 여행을 잘 안 다니게 된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런던 한복판에서 만난 우리 한옥 반가웠다. 세부적인 것 하나하나 신경 써서 재현한 한옥이기에 깊이가 다르다. 가장 한민족적인 것을 알고 서구를 이해하여 또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