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마츠축항 전철역 공공미술, 줄리안 오피의 간호사
나오시마를 시작으로 세토내해 일대 지역들이 예술로 새로운 부흥을 꿈꾸고 있다. 그 중 한 도시가 다카마쓰가 아닐까, 싶다. 시코쿠의 북단 카가와현 중심도시 다카마츠(高松)는 교통의 요지이다. 주변 섬으로 갈 수 있는 배편과 내륙으로 연결하는 기차가 모두 있는 도시이다.
다카마스 축항역(高松築港駅), 다카마스 칫코역 앞에 익숙한 작품이 서 있다. 다카마스 축항역은 다카마스 고토덴고토히라(琴電琴平)까지 가는 전철이 서는 곳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붐비는 전철역이다.
줄리안 오피(Jilian Opie)의 작품을 자주 보다 보니 이제 익숙하다. 사람은 약간 달라지지만, 예술가 특유의 사람을 묘사하는 방식이 있어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약간은 통통한 미국 사람 평균 체형이 가장 많고 가끔은 평균보다 날씬한 사람도 통통한 사람도 있다.
그의 작품을 나는 걷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바쁜 현대 도시를 걸어가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지만 어떤 계기가 돼서 옆을 보게 되면 보이는 사람의 모습이다. 빨리 걷기에 얼굴을 잘 못 보지만 옆선을 따라 무심한 표정으로 걷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내가 바쁘게 걸어서 그런지 옆에 사람도 무심하게 자기 갈 길 바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작가는 이런 모습을 관찰해서 작품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우리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출근 시간에는 늦지 않기 위해 바쁘게 걸어가고, 퇴근 후에는 집에서 쉬려고 바쁘게 걸어간다.
낯선 사람이 가득한 도심 속에서 의식하지 않지만, 인간은 자기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인류의 조상이 야생 속에서 포식자나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오감을 활용하여 자신을 보호했다. 지금도 우리는 이상한 상황이나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리고 편하고 익숙한 환경으로 가기 위해 빠르게 걷는다.
줄리안 오피는 작품에 최소 필요한 것만 담는다. 사진 속 걷는 간호사는 눈 코 입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녀가 사람인 것을 안다. 이런 방식으로 작품 유형을 ‘minimalism’이라고 한다. 최소로 갖고 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미니멀리즘’과 같은 단어이다. 우리말로 하면 최소주의 정도 될 것이다. 군더더기는 빼고 필요한 것만 남겨서 어쩌면 중요한 것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줄리안 오피 작가가 언론사와 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는 군중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시하고, 간 도시에서 거리의 사람들을 찍는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들을 분류하고 필요한 사진 속에서 새로운 인물을 그린다. 정말 많은 사진 속에서 고르고 골라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독일 기본 소득 다큐멘터리에서 한 예술가가 말했다. 사람들은 작품을 만드는 시간만 일하는 것으로 월급을 지급하겠지만, 예술가들에게 구상하는 것도 일의 한 과정이다. 그걸 인정하기 힘드니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진정한 예술가들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다음 작품을 구상한다. 작가든 마술사든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예술가가 그렇다.
홈페이지 만드는 일을 하는 지인도 휴가 중에 주변에서 필요한 상을 얻기 위해 열심히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셨다. 회사에서 본인의 그런 노력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기만족 그러니까 홈페이지도 자기에게는 작품이기에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나도 기사 하나 쓰기까지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끄적인다. 자려고 누울 때도 생각하고 차 타고 가면서도 생각하고 쓸 때까지는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노력을 알아주는 사회가 선진국이라 생각한다.
줄리안 오피의 이런 노력이 작품 속에서 잘 표현되고 공공미술 작품으로 만나면 재밌고 반갑다. 나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을 보며 친근감이 드는 것 같다. 다카마츠 축항 전철역 작품은 하나가 아니다. 옆에 다른 직업 사람들도 같이 서 있다. 역은 대중교통으로 다카마츠를 여행한다면 지나가게 될 것이다. 바쁘게 목적지로 가다가 조금이라도 여유 되면 구경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여행하는 이유가 다르다. 그렇기에 이런 공공미술보다 다른 게 중요해서 놓칠 수 있다. 아니면 나처럼 예술 여행을 다니기에 미처 몰랐는데 이런 것만 찾다 보니 보물찾기처럼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여행이든 일상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다니는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