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새우 과자, 동음이의어 에비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일본 편의점에서 익숙한 과자를 만났다. ‘かっぱえびせん’, 갓파 에비센 이라는 이름을 가진 과자였다. 갓파(かっぱ)는 미즈시 곤(清水 崑)의 만화 ‘갓파의 천국(かっぱ天国)’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갓파는 일본 민담에 나오는 동물이다.
에비센(びせん)은 새우 전병(煎餠)이다. 어릴 때 나이 많은 분들 중 센베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전병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제강점기가 끝나도 일제강점기 때 쓰던 언어를 그대로 쓰던 이들이 최근까지 살아 있었고, 자녀들도 무심코 그런 단어를 쓰게 된다.
외래어를 남발하는 게 걱정되는 이유가 그런 외래어가 잡초처럼 무성해지면 우리말이 묻혀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어 말살 정책을 일본이 펼친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의 얼을 죽이고 일본 사상을 주입시키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일본은 떠났어도 우리말 속 일본어 잔재는 여전하다.
일본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에비카츠, 에비카레라는 이름을 써서 에비라는 말이 익숙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새우 돈까스, 새우 카레를 가리키는 말이다.
또 ‘에비’는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금지시킬 때 ‘에비’라고 외치기도 한다. 표음문자이다 보니 같은 소리를 가진 다른 의미 단어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일본도 한글도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중국 한자는 뜻으로 문자를 표현하는 표의문자이다.
그런데 이 ‘에비’의 말의 유래설이 흥미로운데 슬프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일본말로 에비는 한자로 이비(耳鼻) 로 표기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와 ‘이비’와 같은 한자이다.
왜 어른들이 아이들을 말릴 때 코와 귀라고 외쳤는지가 슬픈 역사이다. 임진왜란 시절 전쟁에 참여한 왜군들은 전리품으로 코를 베어 갔다. 머리를 베어 가기에는 커서 신체의 일부를 베어 간 게 코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처음에는 귀였다가 귀는 두 개가 있으니 속일 수 있다 해서 코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포상을 받기 위해 왜군은 실제 전투에서 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죽이며 코를 베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왜군을 조심하라고 말한 ‘에비’가 현재는 ‘조심해라, 하지 마라’는 맥락에서 쓰이게 되었다는 설이다.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을 수 있지만, 일본에 실제로 귀무덤이 있다. 원래는 코무덤이었다가 너무 섬뜩해서 귀무덤으로 불린다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 교토에 있고, 교토국립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북동쪽에 있다. 지금까지도 버젓이 이 무덤이 교토에 있다. 야만의 시대가 끝나고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이런 것을 보면 내가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교토에 있는 귀무덤이 대표적이지만 후쿠오카, 대마도 등 다른 지역에도 귀무덤이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귀무덤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보니 두 개 정도의 일이 있었다.
하나는 1992년 삼중스님이 오카야마현 구마카와산 기슭에서 2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조선인 귀무덤을 국내로 옮겨 전남 여수시에 안장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대마도 귀무덤에서 위령제를 몇 년 전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이름은 코무덤이 귀무덤으로 불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원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게 중요하다. 말은 어감이라는 게 있다. 코를 베어 가서 묻었으니 코무덤이 맞다. 하지만 정작 무덤을 만든 이들이 잔인하다고 귀무덤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피해자인 한국은 ‘코무덤’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철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을 설명할 때 용어 정의부터 한다. 우리도 역사를 정리할 때 제대로 된 용어를 쓰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원래의 의미를 잘 담고 어감을 잘 살려서, 듣는 순간 쉽게 이해가 되고 알맞게 느낄 수 있는 말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