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의 언덕, 이우환 화백 작품 -약산소식지 기자 허예주
국립 김해 박물관 가는 길 익숙한 느낌의 작품 있어서 살펴 봤다. 앞의 설명판을 읽어 보니 역시나 이우환 작품이다. 이우환은 우리나라보다 해외 특히 일본에서 더 유명한 예술가이다.
슬프지만 한국에서 이우환이 유명해진 것은 표절 시비 때문인 것 같다. 작가는 진품이라고 하는데, 위조범이 자기가 그렸다고 주장해서 시끄러웠던 일이 2016년에 발생했다.
일본 세토내해 나오시마섬에 이우환 미술관이 있다. 세토내해 예술제의 시작이 되고 중요한 섬 나오시마 베네세 하우스(ベネッセハウス) 근처에 이우환 미술관이 있다. 세토내해 미술관이 대부분 그렇지만 웅장하고 큰 전시관이라기보다 작지만 작가를 기리는 공간이다. 안도 타다 건축가가 주변 풍경을 해치지 않고,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공간을 이해해서 만든 미술관이다.
베네세 하우스에서 지추미술관 걸어가는 길 중간에 있다. 밖에서 보면 작품 하나가 전시된 게 다 같지만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미술관까지 있다.
일본에 전시 되어 있는 이우환 화백 조각 설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노하(もの派) 예술 운동을 이해하면 좋다. 20세기 일본과 한국의 예술가들이 기존의 자연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재료와 산업의 결과로 나온 재료를 결합하여 작품 활동을 했다. 일본어로 모노가 사물을 의미하는데, 그런 이질적인 사물의 배열로 사물의 존재 그리고 소재와 공간, 환경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여 표현하는 예술이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 속에도 돌과 철판이 같이 등장하고 이질적이지만 한 공간에 한 작품으로 놓여 있다. 처음 봤을 때 저 배열이 완성된 배열인지 진행 중인 배열인지 한참 생각하면서 본 적이 있다. 배열된 사물들은 딱히 어떤 형태가 없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한참 고민했던 적이 있다.
자연 건축 예술의 공존을 내걸고 시작한 나오시마 세토내해 일대 예술 작업은 여유 있는 이의 도덕적 의무를 잘 보여주는 예 중 하나일 것이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이우환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 앞마당에는 모노하 시절 느낌 작품이 놓여 있다. 그리고 내부에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 작품이 배열되어 있다. 수묵의 느낌이 있는 유채화이다. 굵은 붓 하나를 내리찍어 한숨에 완성한 것 같은 선과 점의 작품이다. 작품을 보고 바람이나 물이 느껴진다.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 있다.
위작의 문제가 생긴 것이 이런 형식의 작품인데, 수사하는 이들이 위작이 아니면 직접 그려보라고 했다. 그러나 이우환 화백이 이건 내가 당시 호흡으로 그린 것으로 한 번밖에 그릴 수 없는 작품이다. 재현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수묵화를 그려본 사람은 호흡과 붓의 물아일체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수묵화까지 아니라도 붓을 들고 그려본 사람은 내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붓 자국을 알기에 한 획, 한 획 신경 쓰며 그렸을 것이다.
수사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수준의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재현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끔 위작 문제가 터지고 평생 자기가 쌓아온 예술이 부정당하는 것에 화내는 노예술가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쫓아 누군가의 평생 업적을 흉내만 내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착잡하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누군가 쏟아부은 노력을 최대한 이해하는 사회가 선진국 같다. 후진국일수록 돈의 가치만 생각해서 노력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도용을 모방으로 합리화하려는 인간들이 많은 것 같다.

2003년 설치한 작품은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봤는지 모르겠다. 나무 기둥과 돌로 가야의 시원적 의미를 찾으려 한 작품이라 쓰여 있다. 그러나 저 안내 표지판은 설명을 제대로 읽기에는 많이 닳아버렸다. 마치 가야의 역사가 해방 후 잘 다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희미하다.
우리는 김수로왕과 신라에 복속된 가야 이야기 정도를 알고 있다. 하지만 가야는 520년간 존재한 국가이고 철기를 왜에 수출할 만큼 높은 문화를 갖춘 나라이다. 또 식민사관자론와 일본 극우 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라는 주장할 만큼 지리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은 우리 한민족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지키지 않으면 뺏길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