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중 동학 농민군의 한글 편지
지극히 개인적인 세계 문화 유산 전시· 공연 관람기
해외 국가를 다니며 각 나라에서 전시 축제 공연을 즐겼던 경험이 늘어날수록 한국에서 예술 문화 체험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었다. 특히 지방은 서울에 비해 전시 공연 수도 부족하고 질도 다소 차이가 난다. 제2 도시라 불리는 부산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도 국제 교육 과학 문화 위원회(UNESCO)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한국 문화유산을 모은 전시와 공연이라 기대가 컸다. 기대가 컸던 것이 문제였던지, 부산전시회의장(BEXCO)에서 열린 전시부터 공연까지 조금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제 교육 과학 문화위원회에서 지정한 국내 세계 문화유산을 방문해서 도장을 찍는 수첩(Stamp Book)을 이번 회의를 맞아 특별 여권 도장 수업을 만들었다. 몇 개 이상의 도장을 찍으면 주는 선물을 전시에 가면 받을 수 있다 해서 첫날 방문을 했다.
열자마자 가지 않고 조금 여유롭게 오전 10시 반쯤 도착했는데, 이미 선물이 동이 났다. 방문자 유산 여권에는 수량이 한정되어 소진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10시에 시작한 전시에서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소진됐다니 조금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1일 400개 선물 수량이 행사 주최자가 정한 숫자였다.
총 13만 부가 배포되었다고 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니 10일이다. 1일 400개 면 열흘 행사에서 4,000개 정도이다. 이는 전체 여권 배포 수에서 3 프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 연결망 인스타그램 등에서 적어도 8시 반까지는 가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보고 8시 반이 조금 안된 11분쯤 전시장에 도착했다. 이미 줄은 길게 서 있었고, 오래 기다릴 것에 대비해서 의자나 간단한 먹거리를 가져온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김밥을 먹는 가족도 보였다.
9시가 조금 넘자, 확성기를 가진 관계자가 나타나 안내하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자기들 나름의 규칙을 정한 모양인데, 차라리 안내판을 입구에 세워놓든지 했으면 나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성기 자체 음량도 많지 않고, 소리가 울리다 보니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
그리고 9시 40분쯤 되자 입장을 시켰는데, 선물은 미디어 예술(art)관 전시를 다 보고 마지막에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안전을 위한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수를 제안했다. 400명 안에 들기 위해 10시도 되기 전에 이미 줄은 끝없이 서기 시작했다. 줄은 서기 위해 쓰는 안전유도줄은 두 줄 분량밖에 안 돼서, 나머지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알아서 줄을 섰다.
문제는 전시 자체를 보고 싶은 사람도 선물 줄과 같이 서다 보니, 쓸데없이 길게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전시가 중요하지, 선물이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 선물을 기다렸고 도장을 모아 온 입장에서 선물도 중요했다.
선물을 받는 곳을 따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시를 안 볼지 싶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거의 3시간을 기다려서 선물을 받은 입장으로 나머지 전시를 볼 생각이 들기 쉽지 않았다.

간신히 선물을 받고 나와 다른 전시를 보니 어디나 줄이 길고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재밌었던 지점이 점심시간이었다. 나름으로 이런 행사를 많이 다닌 입장에서 점심시간은 본 적이 없다. 소비자에게 직접 자신의 상품이나 기술을 보여줄 일이 없는 기업 위주 전시여서였는지는 몰라도 대부분 한 명에게라도 더 자신의 기업을 홍보하기 바빴다.
12시에서 1시는 점심시간이라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볼 때마다 이런 기회를 얻기 어려운 일반 시민에게 더 많이 홍보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인원수를 적절히 확보해서 교대로 일하며 점심시간 공백이 생기지 않아서 더 많은 관람객에게 한국의 세계 문화유산을 알리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세계유산위원회를 중심에 두고 전시 행사에 참여할 관람객에 관한 생각을 덜 했는지 아닌지 생각까지 들었다. 관람객을 중심에 두고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했다면, 관람객이 이렇게까지 불편을 느꼈을지 생각해 본다. 관람객 수를 적게 잡았다면, 부산을 포함한 한국인의 문화 수준을 낮게 본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국가유산청이 이번 전시 총괄을 맡았다고 한다. 국가유산청은 대한민국의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그 가치를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주요 업무로 국가 유산 지정 및 관리, 보존 및 복원, 활용 및 진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들이 한국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면, 관람객 수가 상당하리라는 것을 예측했을 거로 추측해 본다. 일제강점기 독재를 겪은 한국에서 사라진 문화유산이 많다. 그렇기에 국가에서 ‘청’으로까지 만들면서 국가 유산을 지키고 복원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문화유산은 국가 기관과 이수자 등 특수한 사람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한민족이 공유하는 유형·무형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나친 영어 남발은 문화유산에서 한글은 빠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어와 영어 병기 표기에 대해서는 국제 행사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어 대신 영어로 도배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질문했으면 좋겠다.
‘K-’ 뭐라고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사대주의 같다. 이전에 일본이 ‘J-pop'이라 해서 일본식 팝송이라 이름을 붙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K 헤리티지‘보다 한국 유산하고 ’Korean Heritage' 이렇게 함께 적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님 말씀처럼, 과거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많은 이들의 고초를 몰라서 그러는지 질문도 생긴다.
한글이 과학적이다, 자랑스러운 문화라고 입으로 말하기 전에 한국 정부부터 제대로 된 한국어를 썼으면 좋겠다. 정부 명칭이든 새로운 사업명이든 행사명이든 한국어로 가장 적절한 말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제 행사에서 영어로 그 뜻을 풀이해서 같이 적었으면 좋겠다.
한국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자고 이야기하는 부서와 행사에서 영어가 남발되는 것은 더욱더 모순적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