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안내
지난 기사에 이어서 세계유산위원회로 열린 공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일요일 저녁 7시에 공연이 시작한다고 여러 번 카톡과 문자가 왔다. 지정석은 아니고 2시간 전에 도착해서 정보 무늬(QR code)로 확인해서 입장한다고 했다.
당일 문자는 6시부터 맞이방(lobby) 출입문이 열린다고 했다. 6시가 조금 안 된 시각 도착하니 주 출입구에 이미 사람이 꽤 서 있었다. 6시부터 입장은 되었지만, 공연장 복도에서 입장까지 한 시간을 줄 서 있어야 했다.
만약 관람객을 배려했다면 입장하고 이동통신으로 좌석 배정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지 생각이 들었다. 무료 관람이지만, 사실 정확히 말하면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세금을 내는 시민이나 국민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움직이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6시 50분쯤부터 입장이 시작되었다. 중앙 앞줄부터 앉아달라고 입장을 안내하는 직원이 말했다. 자리에 앉으려고 들어가니 다들 좋은 자리 앉으려 부산하게 움직였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무대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앞뒤 옆이 다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가 앉았는데, 예전 부산 국립국악원 공연 악몽이 떠올라 조금 긴장했다. 15세 이상 관람 공연에 어린 아이들이 공연을 보는데, 그야말로 놀이터인지 뭐인지 알수 없는 상황이라서 공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뒤에 발로 좌석을 차는 아이와, 옆에 계속 부모와 이야기하는 아이가 있었지만, 그 인원이 다수가 아니라 공연 방해까지는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작 전에 이동 전화(휴대 전화)를 진동으로 해 달라고 했지만, 공연 중 멀리서 카톡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다행히 얼마 후에 조용해져서 임윤찬 공연 사태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공연 시작은 7시였지만 7시 반이 되어서야 공연이 시작했다. 그 와중 앞에 있는 직원도 자기들끼리 시간을 보낸다고 바빴다. 공연이 늦어진다는 안내는 전혀 없이 그냥 계속 관객을 기다리게 했다.

처음 영국 여행을 가서 뮤지컬을 봤을 때 문화 충격을 겪었다. 예매했더라도 공연 15분 전까지 입장해야 한다. 공연 15분 전부터는 현장에서 남은 표를 기다리는 사람을 입장시킨다. 그래서 정시가 되면 출입이 되지 않는 가운데 공연이 시작한다. 한국은 공연이 시작해도 사람을 입장시켜서 무대는 공연하는데 객석은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어수선하다.
공연 시작 전 정숙을 위한 안내도 어수선한 가운데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않은 채 지나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런 행사에서 제일 싫은 내빈 소개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국가 행사라 특별한 경우에 하는 공연이 있으면 주야장천 내빈 소개를 한다. 내빈 소개하는 동안 진이 빠져서 공연 보는 내내 피곤하게 만드는 악습이 있다. 그래도 최근 공연은 이런 악습을 자제하려 해서 좋다.
문화유산 이수자 공연은 다 뛰어났다. 우리 문화유산을 경험하기 좋은 공연으로 가득했다. 김일구 명창의 적벽가 중 ‘동남풍을 일으키는 고사’로 공연은 시작했다. 종묘제례악을 비롯한 궁중 음악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북청사자가 흥을 돋웠다.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 춤인 동래 학춤 공연도 있었다. 줄타기 명인 권원태 선생님은 전통 줄타기를 제자 유진호와 쌍줄타기로 보여주었다. ‘우리소리 바라지’는 진도와 경기도 굿을 재해석한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장식은 구미 무을농악으로 신나게 끝났다.
그런데 왜 뽕짝이라 부르는 일본식 노래 ‘봄날은 간다’가 중간에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독재 시절 전통 음악은 무속이라 싸잡아서 해방 후 살아남았던 전통 음악의 맥이 끊기게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일본 음악 트로트, 속어로 ‘뽕짝’이 차지했다. 해방 후 후손들은 일제강점기 우리 음악을 지키려는 노력을 모른다. 공연 중 하나였던 종묘제례악도 일제강점기 탄압 속에서 뜻을 가진 음악인의 노력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한국 문화유산 공연에서 굳이 일본식 음악을 집어넣은 이유를 모르겠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청’으로까지 국가유산청을 승격시켰다. 외세와 독재 속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문화유산을 지키기도 바쁜데, 그것을 지켜야 할 국가 기관이 일본 음악을, 문화유산을 기리는 공연에 넣도록 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화유산을 세금을 받아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좀 더 일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유산과 관련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국가유산청을 탓하게 된다. 근래에는 부산 천마산 전망대 및 단궤 철도(monorail) 공사 현장 인근에서 6세기 삼국시대 신라의 성곽과 유물이 발견되었으나 단궤 철도 노선 변경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 더 멀리는 춘천 중도 유적지에 레고 랜드를 세우는데 국가유산청이 적극적으로 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접해서인지 일본 음악에 대해서 너무 무심히 대하지 않는지 국가유산청을 또 탓하게 된다. 겨우 한 곡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많은 문화유산 이수자나 전공자는 공연할 기회가 아주 부족하다. 뛰어난 실력자라도 무명 기간이 길다. 대중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가유산청이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재와 한국 전통 문화 탄압
https://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13118.html
레고랜드와 유적지
방치된 문화재
시멘트로 복원한 문화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