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생기는 동물화장장

개발과 보존 논리 사이

두동마을 현수막 

 

 울산 독립운동가 관련 장소에서 문화해설사와 이야기하다 얼마 전 쓰려던 기사가 생각났다. 울산은 회야댐에서 상수도를 받아 쓰는 것만 알았는데, 천상정수장이라고 해서 천진리 암각화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상수도 시설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나와 천진리 암각화와 대곡박물관 가는 길에 있는 마을에 현수막이 요란하게 걸려 있었다. 처음에는 화장장 반대인가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개 화장장 반대라고 했다. 무슨 일인지 찾아보니 민간업자가   천진리 암각화 근처 두통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물화장장을 건립하기 위해 울주군청에 허가신청중이라고 한다.

 

두동마을 현수막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35번 국도변 옛 주유소 부지라고 하는데, 천전리 암각화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6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고 축제하고 행사를 하기 앞서서 주변에 대한 신경을 너무 안 쓴다는 생각이 또 들게 되었다. 한국은 국제 무슨 기구에서 인정하면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정작 우리 문화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지키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두동마을 현수막 

 

 천진리 암각화나 대곡박물관 가는 길은 계절마다 아름답다. 천전리 암각화 가는 길 대곡천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끝없는 산과 물 내려가는 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의 옛 조상들이 먹고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해 왔겠지만, 현대를 사는 나는 풍경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관광을 중요시한다면, 점이 아닌 선의 여행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관광 관련자들은 점의 여행과 선의 여행에서 점의 여행만 신경 쓰는 것 같다. 대곡박물관, 천진리 암각화만 보고 떠나는 것은 점의 여행이다. 

 유럽의 중세 도시나 교토 같은 고풍스러운 도시는 선의 여행을 추구한다. 대중교통에서 내려서 관광지까지 가는 길에 차가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거리의 풍경은 여행자에게 관광지뿐 아니라 그 도시 자체를 기억하는 경험을 준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걸어가면서 그 도시만의 풍경을 구경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에 어디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유적지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큰 건물을 세우고, 길을 확장한다고 오래된 나무를 베어버리는 그런 정책에 한숨이 나온 지는 오래다. 천전리 암각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굳이 동물화장장을 세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울산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선택한 것일 수 있지만, 굳이 그 위치여야 했는지 질문하고 싶다. 그리고 두동마을에서 대곡박물관 가는 길 버려진 커다란 온실이 있는 것은 아는지 질문하고 싶다.

 세계문화유산 되었다고 자랑하는 동시에 문화유산 주변도 둘러봤으면 좋겠다. 점 여행처럼 차 타고 가서 해당 유적지만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선 이동으로 여행자가 와서 무엇을 보고 갈지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부산에 임진왜란과 관련한 인물 사당이 있다. 그 사당에 들어서는 순간 뒤에 연립 주택 같은 건물이 사당 뒷배경이 되어서 보기가 그렇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부산은 6.25 사변 중 몰려온 피난민으로 난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 집을 지을 곳이 없었으면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남기고 간 무덤을 밀고 집을 지었겠는가. 무덤 위에 올려놓은 비석으로 집을 지어서 ‘비석마을’이라고 불리는 동네가 있다. 

 

 개발 논리에 밀려 이미 엉망이 된 유적지 주변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제부터라도 유적지와 주변이 어울려 가는 개발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도로 큰 기념관을 짓기 전 주변과 어울리는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관련 일을 맡았으면 좋겠다.

 일본 예술의 섬이라 불리는 나오시마에는 미술관 숙박 건물이 주변 풍경을 헤치지 않으려 지하로 묻어서 지은 건물도 있다. 실제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땅 아래로 건물을 묻고, 주변 풍광을 헤치지 않기 위한 배려이다. 

 변산반도에 특이한 바위로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갔더니 호텔이 생겼다. 예전 정취를 생각해서 지인을 추천해서 데려갔다가 미안한 적이 있다. 그 뒤로 별로 가고 싶지 않다. 풍경 그 자체로 아름다운데 그 위에 그런 커다란 건물을 지어서 풍경을 망쳐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건물이나 기념비를 쓸데없이 크게 짓는 것은 아름다움보다 압도하는 느낌으로 위엄을 표시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문화재 개발 업무를 하는 게 필자는 두렵다. 문화재는 있는 그대로 훼손이 덜 되도록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큰 기념관이나 카페 같은 편의시설은 문화재보다 새로 지은 건물이 더 눈에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주인공은 문화재이지 기념관이나 편의시설이 아니다. 그런 기본적 이해가 없는 사람이 문화재나 유적지 관련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재를 다른 것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관련 업무를 맡았으면 좋겠다.

 천전리 암각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물화장장을 짓겠다는 사람과 그것을 허가하겠다는 사람은 문화유산을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정도 위치가 괜찮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조금씩 양보하다 보면 유적지 주변까지 개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문화유산 업무 담당자가 강력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한국의 개발 논리는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작성 2026.08.12 19:56 수정 2026.08.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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